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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주는 평온함에 기대어 살아가기를 빌 때가 있었다. 그런 내가 차곡차곡 쌓인다. 더보기
12.2 작은 네모 칸에 오늘 뭐 먹었는지 적어가며 견디던 시간을 지나. 기억하고 싶었던 일, 그저 반복되는 일들을 적으며 지나온 시간이 벌써 이만큼 텅 빈 내년의 달력, 기념일들을 생각하며 넘겨보다 1년이 고작 12페이지라니. 라는 생각을 한다. 나의 시간은 이제 빨라졌다. 푸른 여름을 지나던 마루의 찬 기운을 느끼며 느리게 흐러던 시간은 이제 내게 없다. “싫은 건 싫다고 표현하고 좋은 건 좋다고 말하는” 이라는 말을 오늘 일기장에 적는다. 더보기
11.13 요즘 나는 나한테 많이 묻는다. 오늘은 날 위해 뭘해줬니? 하고. 맛있는 걸 먹었니 좋아하는 걸 봤니 공상 같은 즐거운 일들을 상상했니 갖고 싶은 건 가졌니 하고. 그래서 택배가 너무 자주 오긴하지만 좋아. 맛있는 걸 먹었어. 오늘은 그게 제일 좋았어. 하고 묻고 답하는 일이 많아졌다. 나하고. 끝까지 내 행복은 포기하지 말아야 해. 그걸 기억해야 해. 다음은 행복하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해보기로 한다. 가을 다 갔네. 벌써 겨울이네. 하고 있었는데. 아직 이렇게 가을 한가운데에 있네. 내가. 올해는 아직 맛있는 사과를 못 먹어 아쉽지만 계절이 간다고. 또 계절이 온다고. 그렇게 느끼고 있으면 돼. 더보기
10.31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하늘에서 내려다 본 풍경을 찍는 사진 작가 오래 전 다큐멘터리에서 하늘에서 내려다 본 한국 풍경 사진을 찍으며 그가 했던 말.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그 나라의 분위기. 살아온 방식들을 좀 더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한국의 무덤은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집과 가까운. 논과 밭 (일하는 곳과 가까운) 바로 옆 있는데. 나는 이 나라를 잘 모르지만 죽음을 멀게 느끼지 않는다고 했던가. 어쨌든 그 언저리의 말들. 그저 무덤인데. 능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이어지지 않고. 뚝 끊긴 것 같은 그저 만들어진 얘기같은 천 년 전 이야기가 진짜구나 싶은 쌓여있던 많은 것들을 훅훅 털며 걷던. 천년이 된 이 길에 우리도 뚜벅뚜벅 흔적을 내보던 10월의 어느 날. 좋았다. 행복해도.. 더보기
9.30 순간 순간 행복해야 해. 이 계절을 채 백번도 보지 못하고 우리는 떠날거니까. 싫어하는 건 좀 덜 하고. 미움도 사가며 내가 좋은 쪽으로. 뚜벅뚜벅 밀려오는 것들이 뭐든. 내가 좋은 쪽으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