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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10.31 시월의 마지막 날 괜히.답답해서 사진 둘러보다 이번 가을 내가 본 풍경 하나. 창문을 내려다보면 애들 시끄럽게 떠드는 놀이터에 낙엽이 떨어지고 멀리 횡단보도 빨간 단풍도 노란 은행잎도 있고 또 한 계절이 이렇게 쉽게 가나 싶어서 서운했다. 몇주전만해도 숨도 쉬기 힘들만큼 더웠는데 이젠 옷을 여며도 찬바람 들어와서 울쩍해지는 걸 보니 나이가 들었구나 했다.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추운 겨울이 오면 눈 쌓인 곳에서 한번봐 시린 손과 발을 같이 녹여도 보자. 눈이 내리면 크게 눈싸움도 해보고 발을 동동 구르며 추워추워 서로 부비적거려도 보고 그런 거. 소소했던 것들이 더 그리워지곤 해. 급하게 마구잡이로 떠났던 바닷가. 어디 가지 못하고 이야기 꽃을 피우던 낡은 밥집. 지나가다 들른 붕어빵 파는 노점. 오늘 .. 더보기
10.13 어디야? 더보기
10.3 청소를 하다가 오래 전 잠깐 살았던 집 주소가 적힌 쪽지 하나. 그쯤이었지 하면서 오랜만에 지도앱에 주소를 쳐봤다. 가진 못하지만 자주 걸었던. 지나다녔던 동네구경. 아직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 그 때는 그저 지나가기만 했던 가게들이 반가웠고. 자주는 아니지만 비오는 밤 괜히 집에 들어가기 싫어 커피 한잔하러 갔던 가게는 사라져 아쉬웠다. 엄마 살던 동네를 지날 때면 예전엔 그랬어 여기에 신발 가게가 있었어. 운동화를 하나 샀던 날 너무 좋아서 그걸 신고 온 동네를 걸었지. 다리가 아픈줄도 모르고. 라고 말하던 엄마처럼. 없는 자리에 예전의 것들을 하나씩 세워보고 그려보는 거겠지. 오늘 하루 더 엄마를 닮아가나보다. 발이 시려서 두툼한 양말을 꺼냈어. 자다가 숨이 막혀 깨던 무덥던 여름도 가기는.. 더보기
9.17 오늘 새벽 불빛은 내가 늘 꾸는 꿈의 색과 닮았다. 너도 나를 찾고 있었으면 좋겠다. 한쪽으로만 기운 것 같아서 오늘은 그렇게 생각했다. 띄엄띄엄 써진 마음을 찰떡같이 알아들었으면 좋겠고 이렇게 뚝뚝 비가 내리는 새벽녘엔 이유가 없었으면 좋겠다. 더보기
8.22 새로 생긴 저녁 ㅡ 장석남 보고 싶어도 참는 것 손 내밀고 싶어도 그저 손으로 손가락들을 만지작이고 있는 것 그런 게 바위도 되고 바위 밑의 꽃도 되고 蘭도 되고 하는 걸까? 아니면 웅덩이가 되어서 지나는 구름 같은 걸 둘둘 말아 가슴에 넣어두는 걸까? 빠져나갈 자리 마땅찮은 구름떼 바쁜 새로 생긴 저녁 ㅡ 어제 밤 내린 새벽 비처럼 주룩주룩 마음이 밑으로만 흐르는 것 같았는데 그 사이 간간이 웃고 맑은 마음도 지나갔다가 그리운 마음도 지나갔다가 그런다. 사람에게 내 마음, 기분을 들키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일. 감정은 무겁기도 하지만 전염이 잘 되니까 그 순간의 분위기를 지키는 것도 어쩌면 능력. 무섭게 밀려드는 잠이 반갑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