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11.30 모두 겨울 문앞에서 떠났다. 나는 이제 나이가 들었고 그래서 아는 이들을 닮은, 이 세상에 없던 아이들도 만나지만 내가 알던 사람들이 떠나기도 한다. 나의 삶은 변함없이 진행되지만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또 찬바람을 맞으며 조금 걸었다. 이마저도 서서히 사라지겠지. 애를 쓰면 쓸수록 더 완전히 사라지겠지. 그래도 계절이 다시 돌아올 때 찬바람이 불 때 떨어진 낙엽을 밟을 때 스쳐가겠지. 조금 더 천천히 지워지는 것이 있기도 하니까. 더보기 10.31 그 바다는 내게 빠짐없이 일출을 보게 해주었지. 고작 이번을 더해 두번이지만. 다시 갈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이런 인연이 있을까 싶은 친구와 함께 일출을 보았다. ‘살다 보니’라는 말을 자주 떠올렸다. 끝까지 함께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이는 떠났고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이와 만나 웃고 이야기하고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만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10년 쯤 전에 새벽 4시에 일어나 텅빈 버스정류장에 앉아 싸우는 연인의 뒷모습을 보며 버스를 기다렸다. 그저 검은 풍경들 사이사이 가로등이 지나가고 여기가 어딘가 싶은 곳에 내려 한참 길을 올랐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 뭘 보고 싶은 거지. 이래서 내가 얻는 게 뭐지 하면서 바위가 맞닿은 작은 길을 지나 아직 어둔 절앞에서 떠오르는 해를 기.. 더보기 9월 1 해 뜬다. 마무리 짓지 못한 어제가 길다. 그와중에도 청소를 하고 밥을 하고 이불을 갈고 적당하게 살아가는 하루하루. 해 떴다. 🤦🏻♀️ 2 높이높이 올라만 가네. 항상 가던 길 말고 한번도 안 가본 길로 걸었다. 구경하길 좋아 했던 나였는데 짧았지만 좋았던 낯선 풍경들 3 아지트 며칠치 모아둔 이야기들을 하고 눈물 나게 웃고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 그저 쓸데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각자 그 안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것들을 담아 간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이번해 들어 가장 크게 웃었던 날 오랜만에 웃다가 눈물이 났다. 진짜 최고였다. 👍 4 휴식. 오랜만에 깊은 잠을 푹 잤다. 5 하루 종일 두들두들 한 번도 못보고 지나갈 사람들, 풍경들, 이야기들을 만나며 오늘도 이렇게 마무리.. 더보기 8.31 그라데이션 없는 계절을 맞이하는 요즘 밤이면 창을 닫는 일을 잊으면 안 된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눈을 뜨면 화창한 날을 보기 싫은 날도 많았다. 적당히 우중충하면 오히려 마음이 놓이는 날도 있었다. 여전하지만 뜨거운 바람이 서늘한 바람으로 바뀌던 날 밤 꾸역꾸역 옷을 입고 산책을 했다. 어디로든 걷고 싶은 날도 있지 않았냐고 이제 찬바람이 분다고. 뭐가 나아져야하는지 모르지만 걸으면 또 어느 쪽은 낫는 쪽이 있겠지. 그럼그럼. 꾹꾹 어딘가 찍혔을 나의 발자국들을 생각하며 8월 마감 👩🏻💻 더보기 7.31 저녁 산책을 끝냈다. 모두 도착할 곳에 도착한 시간쯤 조금 한산한 길을 걸었다. 그저 한발 한발 내딛기만 해도 끝없이 가라앉기만 하던 마음에서 조금 멀어진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그런 마음에 허덕이곤 하지만 이제는 그저 휘둘리지만은 않는다고 초록불이 깜박거리는 신호등 앞에 서서 생각했다. 길을 걷거나 하던 일을 묵묵히 하거나 그럭저럭이긴 해도 이렇게 사는 것도 잘 사는 거라고 나에게 말해주기도 한다. 이제. 끈적한 땀을 씻어내고 바짝 말린 머리를 쓸어 넘기며 7월이 어느새 가네. 이번 달은 무얼 했나. 곰곰이 생각해보는 오늘 길고 긴 길을 잘 걷고 있네. 적당히 잘 살아내고 있네. 더보기 이전 1 ··· 3 4 5 6 7 8 9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