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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 뭘 그렇게 기다리는 거야. 고양이 기척을 내어도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서 그 뒤에 나도 앉아 가만히 기다려 보았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을 때가 더 많던데 네가 기다리는 것은 도착했을까 요즘은 기다리는 것을 잊을 때도 있는데 무언가 도착해주기를 바라기도 해. 습기 가득한 이 짙은 여름의 가운데 나는 도착할 곳에 잘 왔어. 결국 나는 여전히 비슷해. 달라질 법도 한데 여전히 좋아하던 것들을 좋아하며 잊고 있을 뿐 언제봐도 그런 내가 되어 있지 여기로 와 사실은 아주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단다. 더보기
6.30 매일 밤 비가 지나가는 요즘 새벽 선선한 바람이 불 때면 선잠에 꾼 꿈도 잊어버리기 좋다. 새벽이면 나락이 어딘지 알아볼 참으로 떨어지기만 하던 기분도 잠들고 깨어나면 아무것이 아닌 게 된다.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되지만 일을 만들어 나가보니 온통 푸르네. 이렇게 푸를 일인가. 습기 가득해 늘 싫었던 여름도 다시 보게 되는 푸르름이다. 세상에 땀에 홀딱 젖어 돌아왔지만 내 어디 굳게 닫힌 창 하나 정도는 덜컥 열렸을 오늘 푸른 6월 안녕👋 더보기
5.31 나는 나를 사랑해 볼 참이야. 더보기
4.30 낮잠이 길었다. 꿈을 꾸었는데 어쩐지 깨고나서 슬프고 외로웠다. 더듬어 보아도 꿈의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데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나 얼마쯤 살았고 얼마쯤 더 살아야 하나 싶었다. 해는 저물고 등 뒤로 찬바람이 든다. 더보기
3.31 라일락 꽃이 피었다. 길을 걷다가 한번도 들어선 적 없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멀리서도 라일락 꽃 향기가 진해서였다. 여긴 왜 이렇게 라일락 나무가 많은가 했더니 이름부터가 ‘라일락’이 붙은 아파트였다. 매해 이곳에선 라일락 향 짙었겠지. 집으로 들어와 씻고 잠시 누웠다 일어났는데 그 사이 이곳저곳 손 닿아야 할 일들이 가득이다. 잠깐씩 미뤄둔 것들이 “여기여기 나부터 해야해” 한다. 잠시도 소홀할 틈 없는 삶을 산다. 근데 그게 거창한 게 아니라 사소한 것 먹은 것을 치우고 빨래를 개고 청소를 하는 것 오늘의 내가 내 할 일을 다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소홀할 틈 없이 가득차는 하루가 된다. 이쯤이면 잘 사는 거지 뭐. 쉽고 간단하게 오늘이 나쁘지 않았다면 만족. 오늘 할 일을 미루지 않았다면 박수도 쳐주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