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4.2 찬란하다는 말. 모두 담을 수 없으면 말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생각. 더보기
3.21 수첩 한면에 무작정 적어둔 편지.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가 수첩을 넘기는데 그게 눈에 들어왔다. 받을 사람은 내 앞에 있는 사람인데. 그 사람을 앞에 두고 그 글을 읽는다. K. 라고 시작하는 글귀는 고맙다고. 나의 마음이 전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해지지 않았다는 걸. 오늘에야 안다. 종이를 찢어 당장 그에게 주려다 만다.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는 법이지. 이게 지금 전해진들 무슨 소용이냐 싶어 수첩을 닫았다. 수많은 편지를 쓰고. 나는 기억나지 않는 편지도 많지.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지고 키득키득거릴 나의 편지는 지금 당신에게 잘 도착해 어디쯤에서 소근대고 있을지. 봄이면 편지를 쓸거라고. 아주 흐린 잿빛 하늘 아래 피아난 유난히 노랗던 개나리를 보면서. 나도 너에게 그런 개나리.. 더보기
3.12 하루에 한번 그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때론 혼자. 혹은 함께. 그렇게 그 길이 익숙해지고, 편해지고, 다른 풍경이 들어올 때까지 그 길만 걸었으면 좋겠다고. 눈이 내리고, 다시 꽃이 피고, 또 비가 내리고, 어둠이 내릴 때까지. 아주 오래도록 그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고. 걸을 수 있는 한 가장 오래 걷고 싶고, 많이 걷고 싶은 길이 생겼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길 하나가 생겼다. 더보기
3.11 나는 조금 살이 올랐고. 이제 키는 자라지 않아. 아주 아름다운 시간은 오지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지나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초라했어. 이야기는 허무했고. 내 말은 의미가 없었고. 왜 그곳에 내가 있어야하고 왜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를 들어야하는지 나는 알고 있어. 혼자는 두려울테니까. 알고 있었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몇번은 더 한숨을 내 쉴 것을. 또 생각하겠지.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한다고. 후회 뿐이었어. 그럴바엔 사람을 만나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해. 맘껏 웃고 얘기했지만 거기에 진짜 나는 없다는 생각. 그런 생각이 든 후로 사람을 만나지 않았어. 2년동안 또 3년동안 그렇게 숨어버렸지. 궁금해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고. 찾는 사람은 없었고. 나는 더 단단하게 숨어버렸지. 하지만 곧 괜찮은.. 더보기
2.22 당신이 보고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이해한다고. 나를 기다렸다고 말했으면 좋겠다. 아주 오랫동안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으면 좋겠다. 말을 한참 쏟아내고 나면 속 안이 텅빈 것처럼 텅.텅. 하고 큰 소리를 낼 것 같아. 요란하게 마음이 울린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것에 낯설어지고. 말하는 법을 점점 잊어버린 것 같다. 소리를 지르는 꿈을 많이 꾼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입 밖으로 울리지 않는 소리 때문에 가슴이 꽉 눌려 발버둥을 치다가 깨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 때는 어차피 나오지 않는 소리일테니 힘을 빼는 일도 있다. 이건 꿈일테니까. 생각하면서. 실수를 했다고 인생이 망가지는 것도 아닌데 걸리적거려하는 내가 싫어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어디서 소리를 지르지. 이렇게 두근거리는 게 싫다. 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