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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 ‘다 나 행복하자고 그러는거야.’ 문득 그 생각이 스치자 지난 모든 일들이, 두렵고, 어렵고, 슬펐던 것들이 그냥 그런 일들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쏜 화살이 나의 마음 정중앙에 꽂히는 듯한 편지를 받았다. “네 고민의 하나 정도는 티끌만한 먼지가 되어 아무 힘도 없어졌으면, 소소한 기쁨이 때마침 찾아왔으면.” 사람을 짐작하는 것은 이런 것이겠지. 너는 매번 전해지는데. 나는 매번 반의 반은, 그 반의 반은 전해졌나 하고 생각한다. 나의 한계치를 짐작할 수 있는 일들이 서너번 지나가고 견디고, 견디지 못한 것들 사이에서 여태 한 번도 보지 못한 나를 서넛 거두었다. 구멍난 머리에 머리카락이 조금씩 채워지고 투정같은 어제의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게 되고 어쨌든 네가 바라던 나는 조금 .. 더보기
11.5 ​​​​ 외롭던 순간마다 함께 해줘서 고마웠어. 엑시무스 안녕 👋 더보기
10.15 ​ 친구는 읽은 책을 설명해줬다. 하나를 더 들춰내 저기 깊은 곳의 진짜를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 말을 듣고 이미 알고 있었던, 하지만 외면 하고 싶었던 것들이 그 날 처럼 가슴에 확 꽂혀 손을 꽉 움켜쥐었다. 짧지만 무섭고 두려웠던 그 날 비행기 안에서 나는 나도 처음 보는 나라 더 겁을 냈는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괜찮나 싶었는데 꽉 막히지도 않고 두 발이 땅에 있어도 그러는 나를 보면서 또 덜컥 겁이 났는데 친구의 이야기는 말하지 않아도 잡아주던 그 날의 손같이 따뜻했다. 그런 걸 믿어야지. 괜찮다고 말하는 그 말을 믿어야지. 아침까지 약속을 취소할까 했던 그 마음은 그런 이야기에, 아무것도 아닌 날씨 이야기에, 녹는다. 여섯 해 만에 가장 많은 석류를 생산해 낸 나무이야기를 한다는 걸 잊어먹었.. 더보기
9.30 ​ 계절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나 이 계절은 나에게 또 무얼 남겨줄까 이번을 견디면 다음엔 더 잘 견딜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은 어디서 왔는지. 아니. 외면하고 싶고 부닥치고싶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른다. 더 나은 내가 아니라 너덜너덜한 나만 남았다. 해가 잘 드는 곳의 은행잎은 이미 물들기 시작한, 찬바람에 긴 가디건을 챙겨 입는 이 계절 무엇이든 줄거면 좀 더 환한 것을 다오 통증같은 건 없는 걸로 더보기
9.17 ​​ ​有缘千里来相会 无缘对面不相逢 유연천리래상회 무연대면 불상봉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