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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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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때 부석사가 떠올랐는지.
부석사의 당간지주 앞에서 무량수전까지 걸어보라고 했던 사람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절집이 대개 산 속에 있게 마련인데 부석사는 산등성이에 있다고 했다. 개울을 건너 일주문에 들어서면 양쪽으로 사과나무들이 펼쳐져 있다고. 문득 뒤돌아보면 능선 뒤의 능선 또 능선 뒤의 능선이 펼쳐져 그 의젓한 아름다움을 보고 오면 한 계절은 사람들 속에서 시달릴 힘이 생긴다고 했다.”
<신경숙 - 부석사> 중에서. ​



가을이 오면 부석사에 올라야 하는데, 하고 생각한다.
그 생각은 여기서부터 시작됐겠지.

그의 생각, 말, 그리고 글에 기대어 오랜시간을 지나왔다.
나의 생각, 말, 그리고 글에도 적지 않게 영향을 줬고,
어떤 날은 곁에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위로를 줬다.
얼만큼 기대어 지나왔는지 몰랐는데,
무너지고 나니, 내가 얼마나 그에게 마음을 주었나 알았다.

그 후로 나는 좀 달라졌다.
적당히 좋아하고, 적당히 사랑하고, 적당히 곁을 줘야지, 하고.
그래도 여전히 좀 더 좋아해서,
좀 더 사랑해서 슬퍼지는 날이 있긴 하지만...

이제 다시 그의 글을 좋아할 순 없지만
다만 그 때,
내 곁에 그 글이 있어서 그 시간을 견디고,
지나올 수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가을의 한 가운데,
무너졌던 마음은 여전한데,
지나니까 그 위에 또 뭔가 세워지고 있다.
더 많이 흔들릴지, 혹은 더욱 더 견고해질지는 모르지만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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