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생긴 저녁 ㅡ 장석남
보고 싶어도 참는 것
손 내밀고 싶어도
그저 손으로 손가락들을 만지작이고 있는 것
그런 게 바위도 되고
바위 밑의 꽃도 되고 蘭도 되고 하는 걸까?
아니면 웅덩이가 되어서
지나는 구름 같은 걸 둘둘 말아
가슴에 넣어두는 걸까?
빠져나갈 자리 마땅찮은 구름떼 바쁜
새로 생긴 저녁
ㅡ
어제 밤 내린 새벽 비처럼 주룩주룩
마음이 밑으로만 흐르는 것 같았는데
그 사이 간간이 웃고 맑은 마음도 지나갔다가
그리운 마음도 지나갔다가 그런다.
사람에게 내 마음, 기분을 들키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일.
감정은 무겁기도 하지만 전염이 잘 되니까
그 순간의 분위기를 지키는 것도 어쩌면 능력.
무섭게 밀려드는 잠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