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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6.11






비 냄새가 난다.
내 마음은 몽글몽글.
어디서 내리는 비가 여기 내마음까지 이렇게 휘젓고있나.

나 역시 그랬던 적 있었고.
그래서 어떤 시간은 너무 비슷할 거 같아
숨이 턱턱 막힐 때도 있었는데.
그거 하나를 설명해주고 안아주지 못하는 못난 사람이지만
내 옆에 있어주고 챙겨줘서 고맙고 그래.
어느 날 나는 너에게 긴 편지를 쓰겠지.
또 나는 너에게 내 부끄러운 새벽 감성하나를 전하겠지.
그래도 좋아. 그렇게라도 전해지면 나는 좋아.

그래서 나는 벌써. 기다리고 있다고
어떤 시간을 지날지. 우린 아무것도 모르지만
우린 잘 견디어 깊은 밤을 날아가는 비행기에 앉아 있을거야.
나는 알아. 그때 우린 수면 안대를 나눠쓰고 내가 말하겠지.

결국 이렇게 앉아있네. 시간 참 빠르다. 하고

나는 밝으니까. 내 밝음은 또 전염이 잘되니까.
너를 잘 챙겨 내 곁에 둬야겠다.



가만히 생각해보았지.
장바구니 가득 넣은 맛있어질 재료들.
빨간 체리 올라간 케익을 요리보고 조리보고 따져보며
골랐을 사람의 모습을.
편지봉투에 "차공주 사량해" 쓰는 사람의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할 날이라는 생각에 목구멍에 걸려든 갈고리하나.
보고 또 보고 또또또 봐도 질리지 않아서 또 본다.

마음이 전해지는 속도가 또 이렇게 빠를수도 있구나.
나는 그래서 더 살아봐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가끔 잊지만. 나는 결국 사랑받는 사람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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