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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9.3


2011년 12월. 혹은 2012년 1월 4일까지가
내가 가장 반짝반짝 빛났던 시간이라는 생각.
갑자기. 추운 바람 때문이었나. 비오는 밤이라 그런가.
확실히 어떠했다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내가 적어놓은 몇 년 전 9월 10일의 일기장 어느 부분에. 찬바람이 분다. 가을이구나. 라는 부분이 매년 생각이 난다. 그래서 나는 9월 10일을 기점으로 아무리 더워도 가을에 들어왔다라고 생각하게 됐는데. 이번 가을은 무척 빠르다.

먼지 쌓인 카메라. 그 먼지 만큼 기억력도 줄었다.
단어. 사람의 이름. 얼굴 같은 것들에서 확연하게.
지우고 싶은 기억은 더 뚜렷하고.

그래서 나의 빛나던 날은 모두 갔나. 얼마나 더 반짝이길 원했던 걸까.

두서없이 적어두어도 이 때의 마음 모두 기억할거니까
비가오니까. 바람은 차고. 여기는 고요하고. 나는 요동치니까.

모두 멈춰버려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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