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이해한다고. 나를 기다렸다고 말했으면 좋겠다.
아주 오랫동안 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으면 좋겠다.
말을 한참 쏟아내고 나면 속 안이 텅빈 것처럼 텅.텅. 하고 큰 소리를 낼 것 같아. 요란하게 마음이 울린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것에 낯설어지고. 말하는 법을 점점 잊어버린 것 같다.
소리를 지르는 꿈을 많이 꾼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입 밖으로 울리지 않는 소리 때문에 가슴이 꽉 눌려 발버둥을 치다가 깨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 때는 어차피 나오지 않는 소리일테니 힘을 빼는 일도 있다. 이건 꿈일테니까. 생각하면서.
실수를 했다고 인생이 망가지는 것도 아닌데 걸리적거려하는 내가 싫어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어디서 소리를 지르지. 이렇게 두근거리는 게 싫다. 마치 거짓말이 들통나기 1초전처럼. 1분전처럼.
허구와 실제의 사이에 있는 나. 그리고 글.
당신은 알아줬으면 좋겠어서 이렇게 쓰고 있어. 그 속에서 나를 찾아달라고.
정리되지 않는 마음. 나의 마음이 전염되는 일이 무서워진다. 이제 알겠어. 그 때 그 말. 말도 안되는 위로를 던지던 시간. 돌아오지 않아 다행인 시간.
잊고 있던 책의 제목이 생각났다. 핑크빛 책 표지를 보자마자. 아차. 사라진 나의 책의 행방과 그때의 시간과 어둔 밤과 가로등의 붉은 빛. 길다란 그림자. 잡히지 않는 시간과 엄마에게서 받은 낡은 시계의 초침소리.
당신은 모르는 당신의 시간들.
나에게 오는 당신의 시간은 나의 시간일 수 있겠다.
나는 알 수 없는 당신의 시간 속에 내가 피어날 수 있었겠다. 잊혀질 수 있겠지. 하지만 지워지진 않을거야.
너를 잊어야겠다. 잊어야겠다고 생각해 잊을 수가 없겠다. 마구 쓰여지는 것이 진실할 수 있겠다. 서툴러 아름다울 수 있고 그래서 진짜일 수 있겠다.
아니 이 모든 건 확실하지 않으니 모두 피해 돌아서야겠다.
긴 굴이었다. 나는 고래의 뱃속같다고 했고. 우리는 함께 갇힌 거라고. 그러니 우리는 손을 잡아야한다고 했다. 아주 긴 고래였다. 끝이 없으면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일까를 함께 생각했다. 네가 그랬다.
무엇이든 하고 싶지만 어차피 못할거니까. 계속 계속 걸어야겠어.
아무 것도 모르는 둘이 있으니 우리의 지난 날을 이야기하자
내가 말했다. 좀 숨기고 좀 덜어내고 또 좀 보태기도 하면서 지나온 시간을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고.
시간과 시간 사이. 실제와 허구사이.
그리고 당신과 나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