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기 내 흰 바람벽,

노란색 색연필,

 

 

 

 

 

이 무더운 날 책장이 배달 오는 바람에 시작한 책장 정리, 하고 나니 뿌듯하긴 한데, 허리가 너무 아프다.

어제는 혼자 책상을 조립하고, 오늘은 책도 다 챙겨 넣고, 벽에 좋아하는 사진과 그림을 붙여놓기까지 했다.

이제 반 정도 왔나,

 

꽁꽁 묶여 있던 책들도 제 자리에 들어가고, 꽉 끼는 가방 속 카메라도 꺼내 놓고, 어디 깊숙히 박혀 있던

정말 고등학생 냄새나는 사진도 올려 놓고, 그러니까.

또 그 책장 앞에 붙어서 이것 저것 꺼내보고, 읽어보고, 만져보고 한다.

 

 

 

 

 

오늘 꺼낸 책은 또 '신경숙' 작가님의 책,

아련한 겨울이다. 이제는. 한달만에 겨우 덮은 책이었다.  

사실은 다 읽어버렸는데, 한달을 그 책만 가지고 다녔다.

왜였을까.

그 때 노란색 색연필로 줄그어 놓은 것들은. 그 때의 내 생각도 함께 들여다 볼 수 있는 것 같다.

 

 

- " 나를 봐봐요. 사는 동안 누군가 한 사람쯤은 바로 볼 수 있어야 하고 그 사람이 나라고 생각해봐요."

 

- " 살아서 행복한 날이면 한번만 나를 생각해줘. 봄바람이 살랑일 때, 과일에 단물이 들 때,

     단풍이 질 때, 첫눈이 내릴 때에 한번만. M이라는 여자가 있었다고...

 

- 존재하는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지 자신의 죽음을 다른 존재에게 알리고 싶어한다.

   단 한 사람만에게라도, 어쩌면 단 한사람에게만.

 

 

 

나는 그 때, 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나 보다.

 

'여기 내 흰 바람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암호 669  (0) 2012.08.29
가을, 비  (0) 2012.08.24
또 이사를 했다.  (0) 2012.08.06
어쩌면, 8월의 크리스마스.  (0) 2012.07.29
그런 밤.  (0) 2012.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