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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갑자기





조카가 내 이름을 외운 건 일년 전 봄이었다.
병원에 붙여져 있던 메모를 보더니 고 쪼고만 입으로 
이름 한번 웅얼 내 얼굴 한번
이름 한번 웅얼 내 얼굴 한번 

앞으로 너에게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우리를 이해하는데까지.

또 한번은 무엇이 헷갈렸는지 
이모! 하고 부른다. 
그러더니 아니 고모!하고 부르다이모고모! 고모이모!하고 부른다. 
무엇이 어떠냐 싶어 왜왜 자꾸 불러 꼬맹이!
하고 볼을 쓰다듬으니 
내 이름을 부르며 달려든다.

갑자기 ..
그 작던 아이가 .
겨우 전화 수화기에 대고 웅얼웅얼 하던  아이가.
곧잘 말하고 장난치고 또박또박 이름을 말하고 인사를 하는 게 신기해서.

내 이름을 말하던 꼬맹이가 생각이 나서 적는다.

좀 더 크고.
인사도 안하고 꿈벅인사만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사춘기 꼬맹이가 되면.
예쁜 카메라 하나를 사주어야지.

일곱살 꼬맹이 때 네가 사진기를 신기해 하며 내 옆에 꼭 붙어 있었다고.
그 때 찍은 사진을 주면서.


그땐 나한테 조잘조잘 말이나 할려나.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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