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엄마 전화에 잠이 깼다. 자다가 받은 전환대도 엄마 목소리가 다른 때와 다르다는 걸 알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무슨 일 있냐고, 묻는데, '몸살이 온모양이야.' 했다. 몸살인데 이 이른 아침부터 무슨 전화냐며 타박했지만 그 이른 아침부터 나 걱정된다며 전화한 엄마 마음에 다시 털썩 주저앉는 마음.
밥도 잘 먹고, 이쁜 거, 마음에 드는 거 있음 사기도 하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 사먹고, 남들한테 너무 밑보이지도 않고, 나는 괜찮다고 말해도, 그래도 매번 묻는 말들이 내 얼굴을 어루만지는 엄마의 손같다.
어젯밤에 문득 지도를 보다가, 참 멀리도 떨어져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지도 더듬어 내가 가야하는 길을 돌아보는데, 길고, 또 길고 길구나. 어젯밤 내 마음이 엄마에게 전해졌나, 하고 생각하는 전화.
봄이 오면 늘, 한번쯤은 겪는 몸살은 엄마를 닮았구나. 일년을 잘 견디라고 이른 봄, 혹은 짙어지는 봄쯤 머리도 지끈거리고 으슬으슬 춥기를 한번씩 해주나보다. 그래, 그러면 좀 나아지지, 좀 힘들어도, 좀 외로워도, 좀 그리워도 그것이 무엇이든 견디게 하는 거겠지. 봄비처럼 오는 몸살도 이젠 안녕.
'여기 내 흰 바람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월, (0) | 2011.04.30 |
---|---|
봄날은 가네, 무심히 (0) | 2011.04.27 |
봄 (0) | 2011.04.10 |
밤에 걸려오는 전화 (0) | 2011.04.07 |
비온다! (0) | 2011.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