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는 다 나았을까. 펄펄 끓던 열이 다 내렸을까.
어둡고 깊은 터널을 빠져 나온 기분이다. 왠지 터널을 지날 때면 숨을 꼭 참아야할 것 같아 매번 흠- 하고 크게 숨을 들이 쉬고 빠져나올 때 참았던 숨을 내쉬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고, 정리 되지 않았던 것들이 잘 정리되진 않지만 그것 빼고는 모두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지금. 이제야 아프던 조카의 모습을 떠올린다.
뜨겁던 열과, 약에 취해 곤히 자는 아이를 보면서 너는 아프지말라고, 또래 아이들에 비해 작은 발등도 쓸고, 손가락도 한번 잡아보고, 그래, 너는 아프지마, 너는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말라고, 한없이 기도하던 내 모습도 어지간히 낯설어진다.
그날 오전 내가 전화를 받지 않았으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무얼 먹어 속이 체했는지 멀미처럼 계속 되는 속앓이를 엄마에게 이야기했다면 나는 마음 하나 무겁지 않은 주말을 나고, 좀 덜 피곤한 월요일을 맞이 할 수 있었을까.
선뜻 엄마의 부탁에 조카를 보러 가겠다하고 샤워를 하면서 생각했다. 가서 어떤 말을 하지, 아직 어색한 사이들을 어떤 말로 채우지, 어떤 이야기를 해야하지, 그러고 보니 6개월이나 못 본 조카가 나를 낯설어 하진 않을지. 얼마나 아프기에 계속 잠에만 취해있다고 하는지.
아프다는 아이 달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우선 가지고 싶다는 큼지막한 로봇을 들고 기차표를 끊을 때까지도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들을 어떻게 정리 해야할지 몰라, 설레고, 두렵고, 또 낯설었다.
평생 느껴보지 못했을 감정을 나는 느끼고 있구나, 조카를 본다는 설렘도, 아직 설은 사람도,
그 날, 그 아파트의 5시의 해처럼 나는 몽롱했다.
언제고 겪어야 할 시간이라면 지금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이 무거웠던 건 얼마 먹지도 않은 걸 모두 게워내는 아이를 봐서 였는지도 모른다.
열이 올라 코피가 터지고, 또 그 열에 자기가 지쳐 자는 걸 보면서 가볍자고 온 길이 무거워졌는지도 모른다.
한 뼘 밖에 안되는 아이의 등을 쓸어주면서 너 왜 그러니, 내가 아플테니 너는 아프지마 하고 아무리 마음으로 말해도 입 밖으로 내어지지 않던 단어들, 너는 상처가 되지마, 이리 아프지도 말라고 머리로 말해도 뱉어지지 않던 말들, 그래, 이것들이 모두 내 것이구나. 내가 담아 평생을 짊어질 일들이구나.
돌아오던 길에야 처음으로 둘 만 나란히 앉아 있었던 그 짧은 시간에, 어머니 손이랑 꼭 닮았다는 그 사람의 손을 보고, 내 덧없는 손을 쓸어 봤다. 빈 말이라도, 우리 이제 자주 봐, 하고 네, 그래요. 하던 그 날의 두 사람은 언제쯤 좀 편해 질 수 있을런지.
기차를 기다리며 전화한 엄마는 듣고만 있고 선뜻 대답 못한다. 전화 너머의 엄마의 얼굴을 쓰다듬고 싶었다. 그래, 이것도 내가 가지고 가야할 것들이구나. 어느 누구에게 말해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봄 바람에 선뜻 감기가 들어선지도 모르겠다.
이런 마음을 투정할 곳이 없다고 생각하니 세상 어느 누가 나를 안아줘도 나는 외로울 거라고, 잡은 손이 누구의 것이든 나는 혼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조카가 잠결에 일어나 뒤돌아 차 한잔을 마시고 있던 내 등을 콕, 하고 찔러줘서 나는 그만 울 뻔했다. 그 결에 얼굴을 마주 대고 내가 누구야 하는데, '고모' 하고 말하며 볼을 콕하고 찌르는 아이야. 고맙다.
내가 더 잘할게. 그러니 너는 이제 아프지마. 너는 상처가 되지마. 내가 더 잘할게.
어둡고 깊은 터널을 빠져 나온 기분이다. 왠지 터널을 지날 때면 숨을 꼭 참아야할 것 같아 매번 흠- 하고 크게 숨을 들이 쉬고 빠져나올 때 참았던 숨을 내쉬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고, 정리 되지 않았던 것들이 잘 정리되진 않지만 그것 빼고는 모두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지금. 이제야 아프던 조카의 모습을 떠올린다.
뜨겁던 열과, 약에 취해 곤히 자는 아이를 보면서 너는 아프지말라고, 또래 아이들에 비해 작은 발등도 쓸고, 손가락도 한번 잡아보고, 그래, 너는 아프지마, 너는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말라고, 한없이 기도하던 내 모습도 어지간히 낯설어진다.
그날 오전 내가 전화를 받지 않았으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무얼 먹어 속이 체했는지 멀미처럼 계속 되는 속앓이를 엄마에게 이야기했다면 나는 마음 하나 무겁지 않은 주말을 나고, 좀 덜 피곤한 월요일을 맞이 할 수 있었을까.
선뜻 엄마의 부탁에 조카를 보러 가겠다하고 샤워를 하면서 생각했다. 가서 어떤 말을 하지, 아직 어색한 사이들을 어떤 말로 채우지, 어떤 이야기를 해야하지, 그러고 보니 6개월이나 못 본 조카가 나를 낯설어 하진 않을지. 얼마나 아프기에 계속 잠에만 취해있다고 하는지.
아프다는 아이 달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우선 가지고 싶다는 큼지막한 로봇을 들고 기차표를 끊을 때까지도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들을 어떻게 정리 해야할지 몰라, 설레고, 두렵고, 또 낯설었다.
평생 느껴보지 못했을 감정을 나는 느끼고 있구나, 조카를 본다는 설렘도, 아직 설은 사람도,
그 날, 그 아파트의 5시의 해처럼 나는 몽롱했다.
언제고 겪어야 할 시간이라면 지금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이 무거웠던 건 얼마 먹지도 않은 걸 모두 게워내는 아이를 봐서 였는지도 모른다.
열이 올라 코피가 터지고, 또 그 열에 자기가 지쳐 자는 걸 보면서 가볍자고 온 길이 무거워졌는지도 모른다.
한 뼘 밖에 안되는 아이의 등을 쓸어주면서 너 왜 그러니, 내가 아플테니 너는 아프지마 하고 아무리 마음으로 말해도 입 밖으로 내어지지 않던 단어들, 너는 상처가 되지마, 이리 아프지도 말라고 머리로 말해도 뱉어지지 않던 말들, 그래, 이것들이 모두 내 것이구나. 내가 담아 평생을 짊어질 일들이구나.
돌아오던 길에야 처음으로 둘 만 나란히 앉아 있었던 그 짧은 시간에, 어머니 손이랑 꼭 닮았다는 그 사람의 손을 보고, 내 덧없는 손을 쓸어 봤다. 빈 말이라도, 우리 이제 자주 봐, 하고 네, 그래요. 하던 그 날의 두 사람은 언제쯤 좀 편해 질 수 있을런지.
기차를 기다리며 전화한 엄마는 듣고만 있고 선뜻 대답 못한다. 전화 너머의 엄마의 얼굴을 쓰다듬고 싶었다. 그래, 이것도 내가 가지고 가야할 것들이구나. 어느 누구에게 말해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봄 바람에 선뜻 감기가 들어선지도 모르겠다.
이런 마음을 투정할 곳이 없다고 생각하니 세상 어느 누가 나를 안아줘도 나는 외로울 거라고, 잡은 손이 누구의 것이든 나는 혼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조카가 잠결에 일어나 뒤돌아 차 한잔을 마시고 있던 내 등을 콕, 하고 찔러줘서 나는 그만 울 뻔했다. 그 결에 얼굴을 마주 대고 내가 누구야 하는데, '고모' 하고 말하며 볼을 콕하고 찌르는 아이야. 고맙다.
내가 더 잘할게. 그러니 너는 이제 아프지마. 너는 상처가 되지마. 내가 더 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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