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 뜬다.
마무리 짓지 못한 어제가 길다.
그와중에도 청소를 하고 밥을 하고 이불을 갈고
적당하게 살아가는 하루하루.
해 떴다. 🤦🏻♀️
2
높이높이 올라만 가네.
항상 가던 길 말고 한번도 안 가본 길로 걸었다.
구경하길 좋아 했던 나였는데
짧았지만 좋았던 낯선 풍경들
3
아지트
며칠치 모아둔 이야기들을 하고
눈물 나게 웃고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
그저 쓸데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각자 그 안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것들을 담아 간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이번해 들어 가장 크게 웃었던 날
오랜만에 웃다가 눈물이 났다.
진짜 최고였다. 👍
4
휴식. 오랜만에 깊은 잠을 푹 잤다.
5
하루 종일 두들두들
한 번도 못보고 지나갈
사람들, 풍경들, 이야기들을 만나며
오늘도 이렇게 마무리
태풍 힌남노. 자정부터 비가 엄청 내린다.
무사한 밤을 기도한다.
6
태풍이 지나간 자리
이런 재해가 한 번씩 지나갈 때마다
사방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 서 있는 느낌이다.
결국 난 먼지 같은 존재일 뿐
적당히 살다 가는 것
그건 어마어마한 꿈일 수도 있겠다.
나는 이미 적당하지 않으니까
찬바람 내려 앉은 내 마음 무엇으로 달래보나.
7
창 밖 건물에 붉은 빛이 반사되길래
노을이 좋구나 싶어 얼른 해지는 쪽으로 간다.
오늘도 이렇게 저문다. 잘가.
어쨌든 결국엔 해낼 거니까
일이 안 풀릴 때면 차근차근 하자
그런 마음을 먹는다. 오히려 천천히
어쨌든 조금씩 해나가면
결국 다 하게 되어 있더라는 걸
나는 이미 경험해봤으니까
8
현타가 온 하루
불 같은 마음이 일었던 지난 날은
체력이라도 있어서 그랬던 거 같다.
내 노력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들은 날로부터
적당히 지나가고 굳이 애써 공감하지도 않는다.
이전에는 죄책감 같은 것들이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도 잘 느껴지지 않고.
내 시간도 이제 무지막지하게 빨라져
나 말고 신경쓸 여유가 없다.
나도 이제 늙고 있어요. 🧟♀️
9
꽤 오래 살았던 이곳에 여기에 은행나무가 있었다고?
하며 해가 지는 쪽으로 걸어보는 짧은 산책
겨우겨우 한발씩 내딛는 거 같은데 또 벌써 이만큼!
하고 놀라기도 할 때가 오기도 할 거다.
그럼그럼 그렇게 또 하루 살아가는 거지.
10
이슬 맺힌 나팔꽃 잘 익은 석류
가을은 그렇게 오고
빨간 석류 얘기 하던 그때 나는
여전히 거기에 있고
거기에도 여기에도
나는 머물러 있는 것 같아.
11
반복되는 하루를 벗어나고 싶은 순간에도
12
클림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밤
13
너무 피곤해 선잠을 자는 시간이 많아졌다.
불안한 시간이 지속되고 있다.
14
다시 해가 지는 쪽으로 걷는 밤
이 잔잔한 일상을 좋아한다. 사실은.
‘누가 날 지켜줘 내가 날 지켜야지.’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요즘
이 막연하고 끝없는 말을 생각한다.
‘행복하자’
15
몸에 뭔가 탈이 난 거 같다.
소화가 되지 않는다.
‘뭐가 소중하냐 건강이 제일이지’
그런 생각이 드는 밤
며칠 푹 쉬어야겠다. 무리하지 말아야지.
16
캠핑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아지트에서 만나
수다만 떠는데 이것도 있으면 좋겠고 저것도 있으면 좋겠다싶어
마트만 가면 이리저리 둘러보는 요즘
깔맞춤 하듯 뭐든 통일된 괜찮은 것들을 사고 싶은데
그것도 몇달째 생각만 하고 구경만 하게 된다.
어지간히 편해졌나보다. 좋기도 하고.
17
핑크빛 노을이 지는 밤
낮부터 새벽까지 이야기 하기
무슨 얘기를 해도 어떤 얘기를 들어도
이해받고 이해하는
친구는 “그룹테라피”라는데
수긍, 인정했다.
젊었을 때 놀아야 했지만
지금이라도 놀아서 다행이라고 웃는 밤
충분히 좋다.
잊을만 하면 여기있다고 툭툭 던져줘서 고마워 미끼
😏
18
페페 ☘️
직사광선을 피하고 물은 주일에 두번씩
전문가가 옆에 있으니 근근히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처음 집에 올 때보다 컸어.
모두 처음이니까
이래저래 어떻게든 살아내보자.
🙇🏻♀️
19
고모가 떠났다.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모두 잔잔히 가라앉는다.
주섬주섬 쥐어주던 지폐와 함께 접히던 손을 기억했다.
내가 알던 또 한사람이 떠났다. 영원히
20
일에 파묻히기
허무한 인생 같은 생각은 접어두고
그저 마감을 위해 달렸다.
손가락이 뻐근해지도록 일했다.
21
“사는 게 뭐 별거 있습니까. 내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요. 그러니 미루지 말고 오늘 해야지”
별거 아닌 그 말에 눈물이 나서 가만히 모니터를 바라본다.
가끔 저기 먼 사람이 오직 나를 위해 그 말을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연일 뿐이데 필연이라고 믿기도 한다.
때론 지겹고 때론 짧고 때론 너무 긴 이 인생을
한순간도 놓치지 말라고.
22
오늘부터 쑥과 마늘을 먹으면
올해가기 전에 사람이 된다지.
세월 무슨 일이야.
23
지나가는 가을을 잠깐 보고
내 뒤에 진짜 호랑이 한마리가 달려오는 기분으로 일을 끝냈다. 😱
혼을 갈아 넣었어요. 잘 가져다 써주세요. 🫠
24
가족 식사
배불리 먹고 2차는 베이커리 카페
거하게 먹고 먹었다
25
좋다면 좋은 거구나
나쁘다면 나쁘다는 생각을 하는구나
꼬아 듣지도 말고 덧붙이도 말고
그렇게 듣고 이해하면 된다.
비슷한 입장에서 서로를 마주보는 거니
비슷한 생각과 비슷한 마음을 가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앞으로 다가올 모든 일들에도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고
그때까지 또 잊고 살기로 한다.
26
리스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밤
27
슬리퍼 신고 은행을 가는데
맨발에 따뜻한 햇살이 닿는다.
‘따뜻하네’ 하며 발가락 꼬물꼬물 거리며
잠시 햇살을 맞았다.
오랜만이다. 뭔가 느끼고 있는 내 모습이 생경했다.
지쳐있었나 보다. 피곤하기도 했었고
잠시였지만 좋았다.
28
오랜만에 공원 산책
모두 잘 사용하지 않는 육교를 건넌다.
높이가 달라졌는데 익숙한 공간이 낯설어진다.
벌써 붉은 단풍도 보이고
그렇지 어제는 자다가 추워서 이불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
다음엔 꼭 친구가 사는 낯선 나라를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동네를 걸으면 그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으니까.
잘 지내고 있으라구 친구야🧐
29
바깥 나들이
언뜻언뜻 물든 단풍들
가을은 그렇게 오지. 잔잔히 여기로
잠깐잠깐의 행복은 쾌락 정도일 뿐이라는 사람에게
말했다.
그 순간순간의 행복이 나를 그리고 내 삶을 만든다고.
맞는 답은 없다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다.
혼자 남겨질 이 세상에서
내가 유일하게 의지해 살 것은
지금 행복했던 기억이니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더 행복할 방법을 찾자고.
나한테 좋은 기억을 좀 달라고.
오롯이 우리만 좀 생각하자고.
30
해가 지는 시간
지쳐서 앉아 있는데 누군가 나한테로 온다니 기뻤다.
또 쌓였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돌아오는
오늘은 9월의 마지막 날
이기적이지만 그 짧은 대화가
좋았다고. 행복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행복을 쌓아가고 있다.
한달을 꼬박 기록해야지
밤을 새고 잠에 들던 9월의 첫날
허무하기만 요즘이어서
무엇이든 잡아보려고
이게 어떤 의미가 있기는 할까 싶지만
뭐든 내 안을 채우고 있겠지
그렇게 믿고
여전히 마감하지 못한 일을 잠시 두고
아직 내 하루는 끝나지 않았으니
늦은 인사를 하는 새벽
9월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