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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9.30


어떤 날은 밖 한번 보지 못하고 자리에 누울 때가 있다.
또렷하게 정신이 들면 또 한 며칠은 지나가 있고
그럼 한참 멍하게 앉아 있다.
지나고 보면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조차 생각이 나지 않고.
그냥 내가 나인 상태로 돌아오길 기다린다.
몸이 기다리는지 정신이 기다리는지 모르고
그냥 몸과 정신이 서로 잘 합체 돼서
붕뜬 기분이 들지 않으면 나로 돌아왔구나. 한다.

비오는 어느 밤엔 편지를 써볼까하다가
가닥이 잡히지 않아 그만둬버렸다.
몇 년을 그냥 두고 보기만 하는지.
여유가 있어야 편지도 쓸 수 있다.
나 말고 내 옆사람, 더 멀리 너에게도 닿을 수 있지.
첫문장도 생각하지 못하고 나는 이렇게 흘러가고 있네.

다시 산책을 시작했다.
그것도 며칠 건너 하루지만 걷고 돌아오면 기분이 한결 좋다.
어제는 산책 끝에 친구를 만나 잠깐 허니자몽버블티를 먹었는데
달달한 음료만큼 마음도 달다구리

코로나 이후로 또 많은 걸 안다.
사람은 사람을 만나 내가 어떤 나인지 알고
불현듯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을 알고
맛있는 밥과 음료가 주는 위로도 알게 됐다.

잘 알았으니 좀 꺼져줬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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