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여태 머금고 있더니 결국은 내린다.
찬바람이 부니 여름은 갔나하고 창문을 열어본다.
무언가 흘러나오지 않는 이어폰을 끼고 버스 창문에
기대있다가 꺽여진 목이 아파서 고개를 바로한다.
코끝이 찡한 걸 보니 눈물이 고였었나 보다.
그래, 비는 아직 내리니까.
잠잠해지기까지는 좀 오래 걸릴 모양이다.
무던한 사람이 되고 싶어 “무던하다” 를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자신이 바라는 쪽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나 싶기도 하다.
한번 툭 치면 콸콸 흘러넘칠 것 같은 요즘.
이유없이,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어줬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솟아오른 나무들 사이 하얀 안개.
좋아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걷고 싶었던 길
빠르게 변하는 것은 이미 충분하니까
정리되지 않는 마음을 정리하려고 적어봤지만
가시지 않는 두통처럼 여전한 내 마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