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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10.31



시월의 마지막 날
괜히.답답해서 사진 둘러보다
이번 가을 내가 본 풍경 하나.

창문을 내려다보면
애들 시끄럽게 떠드는 놀이터에 낙엽이 떨어지고
멀리 횡단보도 빨간 단풍도 노란 은행잎도 있고
또 한 계절이 이렇게 쉽게 가나 싶어서 서운했다.
몇주전만해도 숨도 쉬기 힘들만큼 더웠는데
이젠 옷을 여며도 찬바람 들어와서 울쩍해지는 걸 보니
나이가 들었구나 했다.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추운 겨울이 오면 눈 쌓인 곳에서 한번봐
시린 손과 발을 같이 녹여도 보자.
눈이 내리면 크게 눈싸움도 해보고
발을 동동 구르며 추워추워 서로 부비적거려도 보고
그런 거.

소소했던 것들이 더 그리워지곤 해.
급하게 마구잡이로 떠났던 바닷가.
어디 가지 못하고 이야기 꽃을 피우던 낡은 밥집.
지나가다 들른 붕어빵 파는 노점.
오늘 우리가 해야할 일을 몰라 걸었던 길.
영화를 보고 나와 말 없이 걸었던 시간.
눈 내리는 저녁 밟았던 눈 길.
비 그치길 기다리며 서성이던 건물 앞.

어제 일처럼 그럴 때면 괜히 눈물도 나. 주책맞게.
오늘 또 그래서 적어놓고 툴툴 털어버려야지.

보고 싶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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