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저 앉고 싶어졌다. 좀 울었는지도 모르겠다.
고작 10분 되는 거리를 쉬고 쉬고, 걷고 걷고 해서 30분 만에 도착하고,
이 좁은 방에서 혼자 일어설 수가 없어 낑낑 거리다 주저 앉고,
작은 턱하나를 못 뛰어넘어 쩔쩔 매고,
그러다 또 서러워서 집 안에만 꼭꼭 숨어있고 싶다.
피해만 주는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맘껏 걷고 싶어도 못 걷고,
그렇게 좋아하는 비가 올까 싶어 노심초사 창문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들 모두, 나를 서럽게 만든다.
잘 보이지 않던 눈물도 누가 있으나마나 엉엉, 소리내서 울고,
걷다가 '괜찮아, 다 괜찮아질거야' 하면서도 울고,
발을 잘못디딘 그 순간 때문에 아직도 몇 주를 더 고생해야한다고 생각하니,
그 짧은 시간이 원망스럽다.
그래도 수술도 잘 끝내고, 이젠 발 붓기만 빠지면 된다고 하고, 엄마 걱정도 좀 덜해지고, 그 덕에 농담도 들을 수 있는 시간까지 왔다.
처음 발을 헛디뎌 다쳤을 땐 눈물도 안나고 이게 뭐지, 난 지금 왜 이렇게 춥지 하면서 덜덜 떨고만 있다가 이게 아픈거구나 싶어 발만 부여잡고 있었다. 그렇게 자주 연락하던 근처 친구 번호 생각은 안나고, 그 날 전화온 사람들의 통화 목록만 엉뚱하게 누르고 있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3시간은 더 떨어져있는 친구에게도 전화하고, 전화를 해서 무슨 말도 못하고 끊은 전화도 있고.
발이 부러졌고, 수술까지 해야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철렁했다. 무엇보다 엄마에게 혼나지 않을까, 아니 그보다 엄마가 또 놀라진 않을까 싶어 한시간마다 깨서 어떻게 이야기할지 생각했다. 거짓말 만들어 내는 어린 아이 마음마냥 콩콩콩,
그렇게 큰 어버이날 선물은 처음일거다. 4시간을 달려 나에게 오는 동안 엄마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엄마의 첫마디는 그랬다. '내가 그리 조심하라안하드나' 그러게 나는 왜 그렇게 조심하지 않았을까. 그래놓고 손을 어루만지는 엄마는 그제야 좀 숨을 돌리는 것 같았다. 내가 나 때문에 다쳐놓고 뭐가 서러운지 서러운 마음이 좀 가시는 것도 같았다. 엄마 하나만으로, 그 손 하나만으로,
퇴원하면 좀 괜찮을까 싶었는데,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매번 집 밖으로 움직여야 하는 일엔 친구를 불러야하고, 한발로 콩콩 뛰다보니 아랫층에선 전화가 오고,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생기고, 아프면 나만 고생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고생이구나.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유치원 때도 그러지 않았지만 내 옆에서 나를 데려다 주웠으면 좋겠고, 예쁘게 도시락도 싸줬음 좋겠고, 밥도 차려줬음 좋겠고, 집에 올 땐 문도 열어줬음 좋겠다. 겨우 감는 머리도 엄마가 감겨줬음 좋겠고.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약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가만히 발만 보다가 울기도 하고.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와서 나가지도 못하고 현관에 앉아있다가 괜히 얼굴 감싸고 울었다. 혼자 할 수 있는 게 이렇게도 없다니,
화장실 불이 나갔다. 불을 켜는데, 반짝하고 나가버린 불을 봤을 땐 혼자 가만히 그 자리에 있었다. 참 잔인한 이번 5월이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시간이 빨리 가길, 4일째 불나간 화장실을 쓰는데 벌써 적응한지도 모르겠다.
깁스풀면 화장실 전구도 갈고, 벌써 여름이 되어버린 동네도 걸어야지, 버스타고 정처없이 돌아도 다니고, 여태 신세졌던 친구에게도 잘해야지. 더 외로워도, 더 서러워도 말아야지.
그래도 결국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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