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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아지트

 

 

스트레칭을 해야하는데,

 

뚜렷한 앞날도 없이 그저 반복되는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이 지겨워졌다.

어떻게해야하지? 물어도 답은 없다. 듣는 사람이 없으니까.

 

딱히 이렇다할 아지트는 없다. 다만 그리운 곳이 있기는 하다.

2010년인가.

홍대 정문 앞쪽에 투썸플레이스가 있었다. 지금은 빵집이 되어 버렸지만.

커피가 막 맛있지도 않았고, 다른 메뉴가 딱히 끌리지도 않았는데,

유독 생각이 난다.

그 시간인지, 그때의 우리인지, 그 자리인지, 그저 그 공간인지 모르겠다.

 

1층과 2층 모두 커피점이었는데, 2층의 바형태로 되어 있는 테이블에 꼭 붙어 앉아 시간죽이기가 참 좋았다.

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건널목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지나가도 다음 신호가 되면 또 그 만큼의 사람이 지나가서

대체 저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조명은 조금 어두웠고, 아주 시끄러웠던 것 같은대도 지겹지 않은 풍경에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 후로 딱히 이렇다할 곳을 찾지 못한 걸 보니, 아무래도 그때의 그 시간이 나의 아지트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방금 들었다.

 

쭉쭉 뻗어 닿을 수 있는 것이 그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좀 더 단단하게 마음의 준비를 했을 것이다.

이렇게 막연한 하루하루도, 내가 채워야할 한 사람의 빈자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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