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의 마지막 눈도 보고
벚꽃이 피고 지고 초록 잎파리를 내보내고
바람이 불고 다시 비가 내린다.
4월.
쓰려던 편지는 아직도 여전히 어디쯤에서 멈춰있고.
식탁에서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 들리기도 하고
돌아오면 문을 열어줄 사람도 있고.
그래서.
이렇게 평범한 일상에 조금 불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써야지. 너에게 들려주어야지. 누군가에게는 이야기하고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기억은 언제쯤 너에게로 갈 수 있을지.
일년동안
많은 사람을 잃었다.
불현듯 걸으면서 그 생각이 났다.
나는 잃었다고 생각하나 그쪽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가 밀어낸 쪽도 있었겠지.
그때는 그랬어. 너무 많은 이야기를 꺼내 놓으려다 말하지 못했지.
정작해야할 말을 두고 엉뚱한 말을 하다 말았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편지는 쓰여지지 않겠지.
언젠가 스르륵
너무 아무렇지 않아 내가 놀랄만큼
말하지 못한 아주 사소하고 쓸데없는 얘길
해주고 싶은 누군가가 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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