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을 찾아 몇 달, 며칠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예쁜 편지지도 샀다. 봄처럼 노란꽃잎이 흩어져 있었다.
그 앞에서 또 며칠을 생각했다.
이 편지가 너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를,
다른 사람에게 몇통의 편지를 쓰는 동안
첫 문장을 첫 단어를 생각하다가 오래도록 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 쓸 준비가 되지 않았나보다.
어쩌면 아주 불같이 너에게 전해지고 싶던 그 밤에
말하고 말았어야 했다.
아주 많이 너를 생각했다고.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 찾아와
어디로든 들어가서 문장을 써내려갔다.
한시간동안 써내려 간 글자의 맨 마지막은 그랬다.
'네가 내 옆에서 아무 말이나, 아니 너의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아주 아주 사소한 너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내가 힘들고 슬프고 말할 수 없이 거칠어질 때마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너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말했지만
이야기를, 너의 이야기를,
또 어쩌면 내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