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해야겠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평범하고, 평범했으면 좋겠고, 하지만 간혹 평범하지 않은 것들로 둘러쌓인. 나에 대해서.
나에게는 짧은 시간이었던 다섯개의 개월이 지났다.
나는 그 동안 겨울에 웅크린 나무처럼 외롭고 쓸쓸했다. 그래, 조금 추웠다.
그 다섯개의 개월, 나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두의 한마디를 지나왔다. 혹은 지나고 있다.
슬펐고, 슬펐지만 많이 울지는 않았고, 지나고 난 후로는 줄 곧
모든 사람이 겪는 슬픔이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고 노력했다.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고,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글자를 읽는 것처럼 내 상황을 설명했다.
가까운 몇몇에게는 투정을 부리기도 했고, 힘들다고 찡찡거리도 했지만 미안하다고 입을 다무는 일이 많았다.
그래, 나는 아직 슬프고, 감정이 정리되지 않아 길을 걷다가도 주저 앉아 울고 싶은 날이 많다.
웃고 놀다 돌아선 발걸음이 허탈해서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도 있고,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아 피하기도 한다.
그래, 아무것도 내것 같지 않아서 볼을 꼬집어 보기도 하고, 차창에 비치는 내 얼굴을 보면서
이게 내가 맞는지, 달력을 보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이 언제인지도 콕콕 찍어본다.
정신을 차리라고, 무너지면 안된다고.
그리고.
내가 선택하진 않았지만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게 된 관계.
나에게 피해가 되지 않아 불편함 없었던 관계가 내 길고 긴 마디 끝에 놓여져 있다.
이제는 좀 더 생각하게 되고, 좀 더 깊어진 그 관계가 나는 두려웠다,
누구에게든 나쁘게 말하지 않았지만 버거웠고, 때론 힘들기도 했었다.
하나의 슬픔이 풀어놓은 많은 일들.
관계가 힘들다 했던 것도 버거웠던 것도 사라지고 싶었던 것들 모두. 결국 내가 받아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큰일도 아니지만 작은 일도 아니기에 시간을 주고 마주보아야겠다.
이 슬픔이 사라지냐고 묻는 여자가 있었다.
그럼 다른 한 여자가 말한다.
니가 그것에서 나갈 수 있을만큼 작아지다가
바위만해지다가, 돌맹이만해지다가, 나중에는 조약돌만해져서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게 된다고.
그러고 살다가 없어졌나 하고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보면 그건 확실히 거기에 있긴 있다고.
하지만 그게 그렇게 나쁘진 않고. 네가 무언갈 잃고 가지게 된 거라고.
결국, 그래 결국 .
누구도 공유할 수 없는 슬픔과 관계들로 만들어진 온전한 나.
내 콧주름 같은 것, 내 오른손의 상처같은 것,
굳이 지워낼 필요 없는 것.
이게 조금 솔직한 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