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피는 달엔 이른 저녁산책을 마음 놓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쯤 느꼈던 밤공기가 기억났다.
춥던 바람은 조금 따뜻해지고
계절의 경계가 모호할 때
잊고 있던 기억과 아직 오지 않았고,
어쩌면 영영 오지 않을 일들을 상상하며 걷던 그 날
기대어 슥 넘기고 싶던 일들은
언제나 내 한쪽에 꼭 자국을 남기고
기억하고 싶던 순간은 더듬어도 만져지지 않고.
이른 저녁 단잠에서 깨어
어지러진 머릿속의, 이어지지 않는 이름과 장면과 냄새가
온다.
좋아하는 것을 나열해도 좋아지지 않는 마음을 안고
오늘은 3월의 마지막 날.
깨어진 건 영영 다시 붙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