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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6.11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_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내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초라한 내가 초라하지 않는 이유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읊어야지.


불안한 날이 지나가길, 어서 지나가길 기도했던 어제 밤을 

무색하게 만드는 이에게 고맙다고 얘기해야지, 

알아도 한번은 더, 두번은 더 말해야지. 아니 세번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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