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기 내 흰 바람벽,

2.2



안개ㅡ 짙은

모든 게 희미해 보이는 밤이야
우린 어둠 속에 숨어 길을 나섰지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가는 길
오르면 오를수록 안개는 깊어져

가슴 속에 머무는 풀내음과
어둠 속에 우릴 이끄는 하나의 달
모든 게 완벽해 다 준비돼 있어
도망가기에 좋은 그런 날이지

어디로? 저 너머로
누구와? 우리 둘이
안개 속을 지나서
마을에서 멀어져

누구도 우리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
처음 같은 곳으로 도망가기 좋은 날

짙은 안개 속에 들어갔을 때
뭐가 제일 좋았는지 얘기해줄까?
내 눈은 그댈 찾기 위해 빛나고
내 손은 그댈 잡기 위해 존재하는 것

어디로? 저 너머로
누구와? 우리 둘이
안개 속을 지나서
마을에서 멀어져

누구도 우리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
처음 같은 곳으로 도망가자 나와 함께

모든 게 희미해 보이는 밤이야
우린 어둠 속에 숨어 길을 나섰지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가는 길
오르면 오를수록 안개는 깊어져

처음 같은 곳으로 떠나가자
처음 같은 곳으로 나와 함께
처음 같은 곳으로 도망가기 좋은 날








어느 때를 지나 1년을 주기로 누군가 나를 데리고 도망치듯 그렇게. 어디로든 떠나줬으면 하는 마음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내 마음을 읽듯 쓰여진 가삿말에 마음이 혹, 하고 빠져버린 노래.

작년에는 내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야한다고 생각해 5시간을 내리 걸어 정상에 올라 눈 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이렇게 올라도 닿을 수 없다면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내 마음을 훨훨 날러버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날려버린 마음이 정말 사라졌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목표가 필요했지. 그래서였을 수 있겠다.
정상. 가장 높은 곳. 가야할 길은 하나고 거기에는 내가 도착할 곳이 있고. 어떻게든 시간이 지나면. 그곳에 오를 수 있으니 문제 될 건 없었다. 그것쯤은 견딜 수 있는 자신도 있었고.

몰아치는 마음을 좀 잠잠하게 만들려고.
이제는 괜찮아질 때도 됐는데. 매해 다시 몰아치네.

손을 폈다가 다시 꽉 움켜져봤어. 꿈에서도 느꼈던 허전함이
오늘 내 마음과 닮았네.




'여기 내 흰 바람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5  (0) 2015.02.25
2.14  (0) 2015.02.14
1.28  (0) 2015.01.28
1.18  (0) 2015.01.18
12.22  (0) 201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