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가을가을 하네.
언제나 찾아오는 가을이긴 하지만 또 언제나 새로운 날들이니까. 매해 다르니까.
그때마다 매번 이렇게 마음이 가을가을해진다.
10월. 여행하기도 어디든 걷기도 좋은 날인데. 생각만하고 움직이질 않는데. 분명 지나면 후회할거야.
지난 날에는 어떻게 그렇게 걷고 걸었던 걸까.
선택했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겠지.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들여다보지마.
그 선택으로 주워진 지금의 나를 생각해. 조금 후회스럽고 만족스럽지 못해도.
사는 건 이런거니까.
머리 속에서 헝크러진 생각과 단어들을 찬찬히 되내어 볼 필요가 있는데. 요즘은 그게 잘 안되네.
그리고 꿈.
꿈을 꾸었어. 그 꿈으로 아주 오래 전 꿨던 꿈도 생각났어.
자신의 집 앞에 쭈그리고 앉아 고개를 묻고 있던 한 사람.
나는 그 사람을 일으켜 세웠지. 세우려고 노력했어.
하지만 그 사람은 너무 무거웠고. 나는 손에 힘이들어가지 않았어.
한참을 그렇게 힘을 쓰다가 바로 한 발짝 앞 집 대문을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했지.
내가 집으로 들어갈 때 너무 단단히 문을 닫았나.
혹은 너무 꽁꽁 묶어놓고 집을 떠났나 하고 생각했지.
잠에서 깨고도 나는 오래도록 그 대문과 쪼그려앉은 사람에 대해서 생각했어.
엄마는 소금을 뿌리며 말했어. 무엇이 그렇게 발목을 잡아 떠나지 못하냐고 물었어. 물론 대답은 없었지.
우린 한동안 대문을 보고 앉아있었어.
그리곤 수저와 따뜻한 스웨터와 맑은 물한잔과 갓 딴 감과 평소 좋아하던 산도 하나를 대문 옆에다 놓아두었어.
하루에 하나 없어지기도 하고 더해지기도 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둘씩 놓아두었지.
그 후론 꿈을 꾸지 않았어. 엄마는 자주 나에게 물었지만 나는 그 후로 선명한 꿈을 꾸지 못했지.
그리고 며칠 전 꾼 꿈에서 한 사람은 형체는 없고 느낄 수 있었지만 우리 곁엔 없었어.
꿈을 꾸면서도 나는 한 사람과의 거리가 이렇게 멀어졌구나 생각했어.
어떻게든 곁에 머물러 나와, 우리와 함께 했으면 좋겠어.
그런 생각이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