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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10.15




친구는 읽은 책을 설명해줬다.
하나를 더 들춰내 저기 깊은 곳의 진짜를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 말을 듣고 이미 알고 있었던, 하지만 외면 하고 싶었던 것들이
그 날 처럼 가슴에 확 꽂혀 손을 꽉 움켜쥐었다.

짧지만 무섭고 두려웠던 그 날 비행기 안에서 나는
나도 처음 보는 나라 더 겁을 냈는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괜찮나 싶었는데 꽉 막히지도 않고
두 발이 땅에 있어도 그러는 나를 보면서 또 덜컥 겁이 났는데
친구의 이야기는 말하지 않아도 잡아주던 그 날의 손같이 따뜻했다.
그런 걸 믿어야지. 괜찮다고 말하는 그 말을 믿어야지.

아침까지 약속을 취소할까 했던 그 마음은 그런 이야기에, 아무것도 아닌 날씨 이야기에, 녹는다.

여섯 해 만에 가장 많은 석류를 생산해 낸 나무이야기를 한다는 걸 잊어먹었다.
다음에 만나면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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