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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 흰 바람벽,

1.10



‘다 나 행복하자고 그러는거야.’

문득 그 생각이 스치자 지난 모든 일들이,
두렵고, 어렵고, 슬펐던 것들이
그냥 그런 일들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쏜 화살이 나의 마음 정중앙에 꽂히는 듯한 편지를 받았다.

“네 고민의 하나 정도는 티끌만한 먼지가 되어 아무 힘도 없어졌으면, 소소한 기쁨이 때마침 찾아왔으면.”

사람을 짐작하는 것은 이런 것이겠지.
너는 매번 전해지는데. 나는 매번 반의 반은,
그 반의 반은 전해졌나 하고 생각한다.

나의 한계치를 짐작할 수 있는 일들이 서너번 지나가고
견디고, 견디지 못한 것들 사이에서
여태 한 번도 보지 못한 나를 서넛 거두었다.

구멍난 머리에 머리카락이 조금씩 채워지고
투정같은 어제의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게 되고

어쨌든 네가 바라던 나는 조금 사라진 것 같아.
어쩌면 이제 없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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