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갈색 나무 창틀이 있던 집
내가 몇 년을 머물렀던 바로 그 집
지나고 보면 별 거 없지만.
지나가던 그 땐
눈물도 웃음도 이야기도 넘쳐나던 그 곳, 그 집
오늘은 그 길을 오래고, 오랜만인 친구들과 함께 걸었다.
옛날 집을 찾아가며, 그 때, 그 쯤 있던 것들을 더듬어
도착한 집을 밖에서 올려다 보는데
여전히 그 밝은 갈색 나무 창틀이 보였다.
장난처럼 늘 마시던 코코팜을 마시면
스무살쯤으로 돌아갈 수 있냐며 말했지만
나는 그 창틀을 보는 순간
시간을 훅 뛰어넘는 것 같았다.
연락도 없이 찾아와 불이 켜져 있어 문을 두드려봤다던 언니도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다 집 앞에서 내 이름을 불러봤다던 친구도
별 거 없던, 하지만 한 순간도 진심이 아닌 적 없던
그 밤 친구와 나누던 각자의 이야기들도
그리고 그 창틀을 찍어둔 것 같아 뒤적이던
닫혀진 오래된 사진 박스도
모두모두 모두모두 쌓여서
여기쯤 내가 있다는 생각.
이제 조금 익숙해진. 꿈에서도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면 나타나는 지금의 집
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듣는 라디오에서 나오던 오늘의 노래는
Prayer for a friend
추억 여행이 길었다.
오랜만에 콧바람에 흥이 나기도 했던 오늘이었다.